자산업의 본질은 부품산업이라며 삼성 이건희 회장은 얘기했다. 전자업체가 호황을 누리면 협력사 실적도 좋아지는 효과를 낙수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은 협력사로 흘러내려갔다. 낙수효과를 가장 크게 본 기업은 지난 3년 사이 신규로 1차 협력사가 된 21개사였다. 이들 신규 협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평균 94% 급증했으며,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45.3%에 달했다. 이로 인해 새로 된 협력사가 기업의 성장 폭이 더 커져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뿐 아니라 고용창출 효과도 뚜렷해졌다.
삼성 1차 협력사인 협성회 관계자는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삼성 납품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매출이 높아지는 협성회 효과를 톡톡히 봤으며, 이를 “삼성의 신규 협력사가 된 것은 단순히 삼성에 많이 납품하는 것뿐 아니라 시장에서 평판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21개 신규 협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평균 94% 급증했고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율도 웃도는 수준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하는 로체시스템즈의 매출은 2016년에 비해 2017년애는 241%나 뛰어 반도체 설비와 관련된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의 매출이 증가했다.
고용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 예스티는 190명에서 250명으로 고용 인원을 31.6%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나 기업 덩치가 커지니 자연스럽게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으며, 스마트공장 도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신성이엔지는 고용 인원을 예전보다 14.8%정도 늘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공장은 생산 관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매출이 늘고 관리해야 할 장비도 증가하니 고용 인원도 늘렸다”고 했다. 매출 증가율 톱20 기업의 지난해 고용 증가율은 13.5%였다.
유가증권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10%와 28%였고, 코스닥 상장사 매출이 8% 늘고 영업이익은 17.27% 늘었다. 협성회 회원사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22.5%, 64%였다. 협성회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코스닥시장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기업 20곳 중 9곳 LCD·LED 관련 제조기업과 스마트폰에 필요한 금형을 만드는 업체 9곳 매출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좋지 않으면 협력업체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대기업이 호황을 누리면 관련 중소기업은 물론 서비스업과 심지어 학계에까지 그 효과가 퍼진다”며 “낙수효과 실종론은 경제가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낙수효과를 단순히 협성회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사한국저널 양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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